'외부 상조 거부하며, 끼워팔기 기승' 장례식장 바가지 민원 급증


장례앞둔 유족의 선택권 박탈, 제도 사각지대 여전


고인의 마지막을 정성껏 보내기 위한 유족들의 마음이 상업적 상술 앞에 무너지곤 한다. 장례는 한 사람의 생애를 마무리짓는 중대한 의례이지만, 관련 절차를 둘러싼 장례식장의 불합리한 운영 실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5년 3개월간(2020년 1월~2025년 3월) 접수된 장례식장 관련 민원 551건을 분석한 결과, 병원 장례식장의 과도한 서비스 강요, 불투명한 요금 부과, 현금 결제 유도, 위생 문제 등 다양한 민원 유형이 드러났다.


해당 데이터는 국민신문고, 지자체 민원창구 등에 접수된 민원 빅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수집·분석한 결과로, 이에 따르면 장례식장 이용과정에서 불합리하거나 강압적인 행위, 위생 문제, 금품 요구, 비용 부풀리기 등 다양한 유형의 피해가 다수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유족이 미리 가입했던 상조상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병원 장례식장의 자체 서비스 이용을 사실상 강요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장례식장 이용 불편 민원 급증…강매·비용 부풀리기 심각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이러한 민원 건수가 급증해 연 130건에 이르렀다. 권익위는 코로나19로 인해 장례식이 제한되었던 2020~2021년에는 민원이 줄었지만, 이후 다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민원 유형 중 가장 많았던 것은 장례절차 운영과정에서의 불합리였다.


병원 장례식장이 자체 의전 서비스를 강요하거나 외부 상조상품을 이용할 경우 장례식장 사용 자체를 불허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입한 상조를 쓰려고 했으나 병원 측에서 자사 서비스를 쓰라고 강요했다”는 사례부터, “후불제 의전을 이용하려 하자 장례식장 이용을 막았다”는 민원까지, 고인을 앞에 두고 유족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극히 제한돼 있었다.


장례용품 구매를 강요하는 행태도 빈번히 나타났다. “자사(장례식장) 유골함, 버스, 수의만 쓰라며 끼워팔기를 강요했다”, “영정사진꽃과 관, 차량을 자사 물품으로 선택하지 않자 입관실 사용을 제한했다”는 민원은 장례식장들이 사실상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상조회사와의 계약이 있음에도 별도 비용을 유도하거나 기존 계약이 무력화되는 구조도 반복됐다.


계약 이행 불이행 사례도 이어졌다. “수의 선택 시 설명 없이 가격표만 제시해 선택을 강요당했다”, “상조상품에 포함된 품목임에도 이를 숨기고 중복 구매를 유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성포 수의 360만 원, 멧베 6만 원 등 고가 물품이 중복 청구되며 유족은 350만 원이 넘는 추가 결제를 감내해야 했다.


시설 사용료 부과 역시 투명하지 않았다.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빈소를 사용했는데, 2일치 240만 원을 청구받았다. 19시간이면 95만 원인데 호텔처럼 ‘얼리체크인’ 개념으로 2일치라니 말이 안 된다”는 사례나, “2~3시간 임시 안치만 했는데도 39만 원 하루치 안치료를 요구받았다”는 민원은 시설 요금 부과 기준의 자의성을 보여준다.


현금결제를 유도하고 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는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8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했는데 항목별 내역을 요청하자 거절당했다”,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고, 일부 항목은 기록조차 없었다”는 사례가 있었다. 심지어 “입관식 때 노잣돈으로 5만 원권을 친척들에게 넣으라고 강요하고, 장례지도사가 돈을 챙겨갔다”는 증언까지 등장했다. 아직도 일부 현장에서는 고인과 유족의 정서를 이용한 ‘악습’이 반복되고 있다.


운구용 구급차나 고인 이송 비용 역시 문제였다. “1.4㎞ 거리의 이송에 70만 원을 청구받았고, 변사처치비 명목으로 추가 비용이 있었다. 낮에 죽었으면 야간할증도 없었을 거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례는, 장례식장이 가격 산정의 기준을 어디까지나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음식물 재사용이나 위생 문제에 대한 민원도 다수 접수됐다. “상주들이 제사에 사용한 산적, 과일을 주방에서 재사용한다”, “15만 원을 받고 제공한 제수용품(밤, 대추 등)을 유족도 모르게 재활용한다”는 사례는 위생과 정서 양측에서 우려를 낳는다. 음식물 상태와 관련해 “제사음식에서 철사 이물질이 나와 상주의 입안을 찔렀다”, “냉동 조기를 제사상에 올리고, 얼음이 녹아 제기가 물에 젖어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장례식장의 화환 처분 방식도 투명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상주가 직접 화환을 처리하면 불이익을 준다며 특정 꽃집이 독점한다”, “수거된 화환이 다시 판매되고, 이 과정에서 장례식장과 현금 거래가 오간다”는 사례는 단순한 위반을 넘어 유족 권리를 침해하는 구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부는 “화환에 재사용 표시가 없어 단속이 실효성이 없다”, “원산지와 재활용 여부를 알 수 없이 가격만 책정된다”고 지적했다.


장례업계 문제점 전방위 드러나…권익위, 투명성 강화에 무게


그 밖에도 장례업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장례지도사 자격 없이 고인 이송부터 장례 대행까지 나서는 무자격자가 존재하며, 이들 중 일부는 세금도 내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장례를 진행하고 있다는 민원이 있었다. 장례식장 종사자뿐 아니라 상조업계 종사자도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제안이나, 부의함 도난 등을 방지하기 위한 CCTV 설치 의무화 주장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유철환 권익위 위원장은 “장례식장은 국민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 이상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곳임에도, 고인에 대한 예우와 절차상의 경건함으로 인해 문제 제기가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며 “장례산업이 더욱 투명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는 이번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며, 관련 데이터는 ‘한눈에 보는 민원 빅데이터(bigdata.epeople.go.kr)’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고인의 마지막을 예우하는 일이 단지 비용의 문제로 비화되선 안 된다. 유족의 감정과 고통을 악용한 장례식장 운영 관행이 사라질 수 있도록 제도적 감시와 실효성 있는 처벌이 요구된다.


김성태 기자
자료출처 상조매거진 2025-06-27
https://www.sangjomagazine.com/sub_read.html?uid=4665§ion=sc4§ion2=%EA%B8%B0%ED%9A%8D%E3%86%8D%ED%8A%B9%EC%A7%91